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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착한아내 2
일산아줌마 조회수 : 2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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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 2


아내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버틴다는 건, 아내를 위해서도, 죽은 시체처럼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나를 위해서도 득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내가 살아있다고, 암만 생령의 목소리로 외친들, 아내가 들을 수나 있을까?설사 들었다 하자, 그 의사 양반들은 아내마저 생활고에 찌들려 돌아버렸다고 할 껀 뻔한 일이고…..난 그때, 뒤통수를 누가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에 딸려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혼줄로부터 내려오는 신호가 분명했다. 어쩐 일이지? 난 울고 있는 아내를 남겨두고, 병실로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고, 맥박이 좀 느린 것뿐이지, 난 아까와 같은 상태로 누워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뭐지? 침상 발치에 걸려 있는 오줌비닐이 눈에 띄었다. 붉게 변해서 차오르고 있는 모습…난 지금 오줌을 그것도 피오줌을 누고 있었다. 아마도 며칠간의 지랄발광으로 인해 내 신체를 붙들고 있던 정돈 상태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암시를 하기로 했다. 다시 온 몸이 공중으로 부양되면서, 뒷목에서 혼줄이 땡겨지는 느낌을 받으며, 내 생령은 내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삐삐삐삐…..’

난 다시 초점이 맞질 않는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로 들리는 것은 내 심장 박동의 이상을 알려주는 경고음이었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담당의와 간호사가 뛰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니깐 두루!

‘바이탈 싸인 알려 주고, 참!, 오늘 아침에 hematuria 체크 했어여?’

이 씨방새야! 급할수록 영어 쓰지 마라 말이야! 피오줌 찔겼냐?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 마누라 이해하기도 쉽고, 월매나 좋아?

‘어찌된 일이죠?’ 아내의 긴장된 목소리…..

‘뭐 별거는 아닙니다만, 이렇게 누워 있는 상태가 계속되면 일어나는 증상중의 한 가지죠. 내장 기관 중에서 키드니, 아니, 콩팥이 먼저 손상되기 쉽죠. 급성 신우염이 발생할 확률도 커지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보입니다. 내장기관을 담당하는 부위에 까지 뇌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합병증세가 겉잡을 수 없이 퍼집니다. 그때가 되면, 내장기관도 한계를 버티질 못하고 망가지죠. 그렇게 되면 장기기증도 어려워지고…..’

누가 물어봤어? 물어 봤냐고요? 왠 쌩뚱 맞은 장기기증? 내가 내 장기 갖고도 기증하는데, 뼈가 딜딜 녹는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는데, 내가 미친 지랄 났다고 마누라 쌩고생 또 시킬까? 가뜩이나 불쌍해 죽겠구만….아내는 그냥 훌쩍대며, 울기만 했다. 그 날의 헤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딸깍 소리와 함께, 아내가 어디론가 핸폰을 날리고 있었다. 연락할 가족도 없는 나나, 아내가 어디로 전화를 하는 걸까? 고아원 원장 선상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죽는다면, 그 수녀님 밖에 더 모실 분이 없는, 나와 아내의 처지는 정말 누가 봐도 졸나리 처량하다. 또다시 밤이 찾아오고, 아내는 일을 하러 갈 작정인지, 내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며, 이마에 언제나처럼 입을 맞춘다.

‘여보! 나 갔다 올께.’

나두 나두 절라두!

그러나, 그건 메아리였을 뿐, 내 귀에는 닫히는 문소리뿐이었다. 난 아내를 위로하고 싶어졌다. 피 오줌을 지릴망정, 다 죽어간다고 해도, 그렇듯 착하고, 순딩이였던 아내를 저렇게 버려두기에는 나의 망가진 몸뚱이가 너무 미워지고 있었기에…. 난 다시 몸에서 빠져 나와야 했다. 제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난 아내를 따라가고 싶었다. 몸을 빠져 나오고 오랜만에 대했던 아까의 아내 얼굴은 수척했었다. 그 곱던 긴 머리가 빗기도 귀찮았던지, 뒤로 질끈 묶어버린 초췌한 모습…..그녀는 너무 지쳐 보이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땅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서 내가 생생한 느낌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눈물만 뚝뚝 흘릴 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버스가 오고, 그녀는 힘든 발걸음을 떼고 버스에 올랐다.

‘아주머니, 요금이요!’

아내는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다. 지갑을 계수기에 대고 요금을 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구석에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밖은 이미 어두웠고, 아내의 손에 들려진 핸폰 에서는 계속 진동이 오고 있었고, 메시지까지 도착했는지, 번쩍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팔을 괴고 창 밖으로 바라다보고 있는 아내는, 무언가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건 작은 소리였지만, 노래가 분명했다. 난 귀를 기울이지 않고도, 그 노래가 무언지 금방 알 수 있었다.나를 간호 하면서도 끝까지 보려고 애를 썼던 그 드라마에서 나오던 노래였다. 아내는 그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내가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어도, 아내는 나에게 아무런 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하면서, 시간만 나면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불러주던 그 노래…..내가 잊을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아내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울먹이면서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추억 속에 그대, 올 걸 알아요. 이젠 그대 뒷모습을 믿어요. 그대는 여전히 날 반하게 하죠. 오늘도 그댈 사랑해……’

아내의 노래는 길게 가질 못했다. 아마도 울먹이기 때문인가 보다. 참 여편네 하고는….

‘덜컹!’

버스가 울컥거리면서 사람들이 앞으로 쏟아지고, 중력을 인정하고 있던 나도 밀리다가 버스 바닥에 쓰러졌다.

‘에이 띠발, 운전 쫌 똑바로 하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나도 얼결에 뒤로 밀려났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어서 버스는 아내를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놓았다. 눈에 익은 모습. 주변은 그대로였다. 아내가 지하 셋방의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문 앞에는 못 보던 구두가 놓여 있었다.

‘떨꺽!’

‘이제 오는 겨? 내 월매나 전화 혔는디….’

‘네….’

엥? 이건 또 뭐야? 그럼? 내가 없는 사이에 저 민대머리 샤끼랑 그렇고 그런 씹빠빠? 난 불끈 화가 치솟았다. 방안에 들어선 아내를 정중하게 모시는 그 쇄끼.

‘앉어 봐. 내 아까 전화한 대로, 병원에 인터넷 뱅킹인가 뭔가로 원무과로 입금 혔당께. 앞으로 3,4개월은 족히 삥삥 놀아도 될 돈을 부쳤응께, 걱정 붙들어 매드라고….그때까정 버티겄어? 남은 돈은 장례비 쪼로 쓰면 될 꺼이고….이리 돈으로 해결될 껄 가지고, 그렇게 남의 애간장을 태웠던 겨?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 쓰지 않겄냐, 이 말이지, 내 말은….그리고, 그 돈은 내 마누라도 모르는 비자금이여, 비자금…..아까 전화로 얘기 헌대로 자네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 해설라무네, 내가 갖고 있는 자네 주민증을 갖고, 그 무작시리 많은 돈을 현금으로 구좌를 개설 혀갔꼬, 그 돈으로 부쳤응께, 나중에 누가 뭐라 혀도 꿈쩍할 거 없어야, 알으?’

‘네.’

이런 니기미, 씨부럴 씨츄에이숀 같으니라구! 나 없는 사이에 일수 돈 놓는 이 영감탱이랑 바람이 나? 그것도 내 장례비용까지 덤으로 받아가면서? 참! 세상 믿을 년 하나 없다더니….

‘어여 쫌 씻고 오지?….나, 월매나 굶주렸는디….이 날이 오기를 좇꼽아 기둘린 게, 월만지 몰러. 볼껴? 나 약도 처먹고 왔다니깐 두루?’

아마도 아내는 끝끝내 버텨 오다가 오늘에서야 돈이 오가고 몸을 허락하기로 한 모양 이었다. 난 속이 북쩍북쩍 끓기 시작했다. 혼령 주제비에 끓을 속이 어딨나? 왜 없어!

‘잠깐만 기다리세요. 좀 씻고 올께요.’

난 아내의 뒤를 따라 갔다. 어차피 약 처먹고 벌떡 선 좇대가리야 봐야 그게 그거였기에….아내는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기 시작했다. 묶었던 머리를 길게 풀어 내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내의 몸은 정말 싱싱했었다. 지금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가고 있었고, 초췌한 얼굴하며, 엉망으로 얽은 손매무새…저러고도 바람을 필 여유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아내에게 묻고 싶었다. 더운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내는 아랑곳 하질 않고, 바가지로 정신없이 찬물을 온 몸에 끼얹었다. 비누를 손에 들고,비누거품을 샤워 타올에 묻히면서 아내는 온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문 밖에서는 기둘리던 약 처먹은 좇대가리가 덜렁대고 있을 터인데, 왠 눈물?….그러나, 울음을 참아가면서 아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또 그 노래였다.

‘…흑흑…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노래가 그치고, 아내는 쭈그려 앉은 채로 울음을 가까스로 멈췄다.

‘자기야…나 어쩌니?...... 나 어떡하면 좋니?.....’아내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뭐 하는 겨? 약발 들을 때, 얼릉 나오질 않고설랑?’

‘네. 나가요.’그럼 그렇지. 니가 그렇지….난 또다시 힘이 주욱 빠져, 밖으로 나갔다.

‘잠깐 만요.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부엌에 나가서 물 쫌 먹고 올께요.’

난 이제 지치고 있었다. 부엌에 나가 오만상 그릇들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물을 먹는다는 그녀….이제 곧 있으면, 내 눈 앞에 있는 이 느글대는 대머리 영감탱이의 약 처먹은 좇대가리에 만신창이가 될 그녀….이걸 기어이 봐야 하나, 아님, 돌아가야 할까?

‘얼릉 와? 뭐 허는디, 요로코롬 늑장을 핀디야?’

‘가요.’

아내가 방으로 들어서면서 바닥에 몸을 가리고 있는 수건을 떨어뜨리면서 벌거벗고 준비자세에 있던 영감의 옆으로 쪼그려 앉았다.

‘아효, 그 동안 몸이 많이 상했나벼?.....
하이고…..요 탱실한 젖퉁이 쫌 보지? 오매 저 털 쫌 보소….호랑이가 나와도 서너마리는 나오겄네…..자, 이제 시작이여, 알겄제?’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영감이 스르륵 누우면서 좇대가리를 하늘을 향해 세웠다.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핏줄이 불거진 약 처먹은 좇대가리…아예 살색을 넘어서서 연탄 빛이 다 되어 있었다. 아내는 눈을 감고 쪼그리듯이, 영감의 좇 위로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안의 반도 들어가질 않았는데 아내는 구역질을 했지만, 이내 참아 내면서 좇을 쭉쭉 빨기 시작했다.

‘여효, 좋아..좋아 죽겄서….얼릉 보지 쫌 벌려 보랑게….하이고…요로코롬 이쁜 보지가 인제부텅 내 꺼란 말 아녀? 좋아 죽겄네…으히고….쭙쭙…쩝쩝….줄줄…냠냠…’

아내는 상을 찡그리면서 영감의 집요한 공세를 가까스로 참는 듯이 보이고 있었다. 영감은 아가리만 살았던지, 아내의 보지를 양 손가락으로 찢어질 듯이 벌리고, 구녕이 다 헤질 것처럼 빨아대고, 핥아대고, 손가락으로 쑤시고, 지랄을 떨었다.

‘허이고..이 물 쫌 보지? 씹물이 철철이 홍수여..흐미 잡것! 구녕은 좁쌀만 한 게 빡빡 쪼여 주겄네…캬, 내 시방, 디져도 돈 하나 안 아깝다 그 말이여….으흐…윽….좇대가리 디진다..오매…..미쳐부러’

그러기도 할 거다. 이 씨부럴 영감탱이 쇄끼. 우리 마누라 라서가 아니라,쌕 하나는 정말 잘 쓰는 거, 니 놈이 용케 알아 버렸구만……

‘어여, 올라 타. 이제 홍콩 보내 줄팅게….이 좇대가리로 한때는 여자 몇 다발은 아작 냈다 안혀? 얼릉 뭐 허고 있어? 좇은 그만 빨고……’

아내의 감겨졌던 두 눈이 살며시 떠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풀려가는 기운….꼴려도 단단히 꼴렸을 때의 모습이 분명했다. 아내는 비틀대면서 고개도 못 가눌 정도로, 씹물을 질질 흘려대면서, 영감탱이의 우뚝 솟은 좇대가리 위로 엉덩이를 힘들게 옮기기 시작했다.

‘옳치, 그려…..허이구…잘허네..으그극….

그려…..허이구…잘허네..으그극….내 그럴 줄 알았다니께!....으흐…으흐….좇대가리 동강날 것 가터…..잘 현다! 쑥쑥 쑤셔번져…옳지….윽윽….하이고, 황천가도 요것 보담은 못할 것이여…으흐..으흐…저 철푸덕 거리는 것 쫌 보지? 쌩 고등어 날 뛰는 거랑 똑 같네 그랴!..으흐..흐미, 좋아분거…..흐미…..잡것!…이렇게 잘 허면서 이제까지 왜 뱄디야?...으흐..으흐….엄니, 나 디진 당게요!.....’

차마 보지도 못할 만큼, 아내는 그 좇대가리에 보지가 거덜 나는 지도 모른 채, 엉덩이를 돌려댔다. 뒤에서 보니 질척이다 못해 좇물을 싸 놓은 것처럼 영감탱이의 좇대가리는 번들거리고, 사타구니와 불알 양쪽으로 아내의 씹물이 질질 튀어가고 있었다.

‘얼릉 자빠져! 내 좇물 쫌 실컷 싸 보게, 얼릉?’

위에다 올려놓고 실컷 쑤셨는지, 이제 영감탱이는 좇물 놀이를 할 모양 이었다. 아내를 밀어 내듯이 방바닥에 자빠트리고, 위로 냉큼 올라탔다. 아내는 등을 대고 누워, 풀린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시체처럼 가랭이를 벌리고 있었다.

‘이 살결 쫌 보소! 흐미, 좇이 쩍쩍 들러 붙어 야? 윽윽윽윽….철푸덕…철푸덕….철푸덕’

영감탱이의 허릿짓과 아내가 질러댄 씹물로 인해 흐르는 그 철벅거림은 비오는 날, 일부러 뛰어가던 길가의 물웅덩이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난 아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아내의 옆으로 돌아갔다. 무릎을 꿇고, 아내의 눈을 응시했다. 씨발년!, 좇 같은 년! 아무리 내가 시체처럼 누워 있다고 이렇게나 함부로 몸을 굴려?

‘여보!......미안해요……여보! 나 어떡하면 좋아요? …여보! 미안 해요…미….안….해…ㅇ’

풀려가는 아내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그리고, 버려지듯이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그 눈빛과 함께 힘없이 방바닥으로 퍼지고 있었다. 영감탱이의 사정으로 아내의 온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눈을 뜬 채로,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버렸다. 그것은 흡사, 생령의 형체라 할지라도, 자신의 앞에, 분노의 표정으로 자신의 타락을 지켜보는 나의 눈빛을, 바라다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지만, 바닥의 담요를 붙들고 있는 손아귀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을 난 알지 못했다.

‘흐미, 미쳐부러….헉헉….어이, 임자! 임자! 정신을 놨는가? 어허…역시 약발이 좋은가벼….어흐, 시원한 거…나 그럼 가! 내일 또 올껴! 기둘리고 있으랑게!’

영감탱이는 정신을 잃은 아내를 두고, 혼자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난 그 영감탱이를 밟아 버리고 싶었다. 난 정신없이 그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영감탱이가 바지를 치키며, 큰길 옆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로 다가가는데,

‘끼익……꽝!’

자신의 차를 앞두고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내려고 머뭇대는 순간, 뒤에서 영감을 덮치는 고급승용차의 돌진은 순식간 이었지만, 대단한 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길 가에 쓰러져 신음하는 그 영감탱이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던 그 차는 뒤로 후진을 하면서 그 몸을 차로 다시 지근대며 밟아버렸다. 그리고 열리는 운전석의 창문……

‘퉤! 씨발놈의 영감탱이….잘 디졌다. 어디 황천 가서도 오입질 허나, 내 두고 볼껴!’

내 앞에서 침을 뱉고 사라지는 그 늙은 여인은 영감탱이의 조강지처가 분명했다.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 부인만은 남편의 끊임없는 오입질에 그 한계가 왔던 모양 이었다. 이효! 속 시원해. 쌤통 이다. 이 개쇄끼야!

‘어 참,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어여 병실로 돌아가야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생각을 품은 것과 동시에 내 령은 이미 병실로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병실에는 한 밤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직의들과 간호사 들이 내 몸 주변에 몰려 있었다.

‘닥터 김, 아무래도 아니야. 이제 포기해…어서 정리하자구! 정간호사님, 보호자에게는 연락 했어요?’

‘네. 그런데, 핸폰을 받질 않아요.’

난 속으로 좇나게 씹질 하다가 기절했는데, 전화 받을 새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원무과 에서 그러던데, 그 보호자 분 있잖아요? 맨날 돈 없다고 원무과 와서 혼나던 아주머니요.’

‘응, 기억 나. 근데?’

‘아까 원무과장님께서 퇴근하시면서 그러시든데, 밀린 병원비며, 혹시라도 사망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고 하면서 장례비용까지 송금이 완료 되었다고 그러시던데요? 그리고, 그 아주머니께서 아까 나가시기 전에 과장님께 편지도 남겼대요. 뒤를 잘 부탁한다고….’

‘아니, 없던 돈이 어디서 뚝 떨어졌나? 어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영안실로 옮기고, 보호자나 빨리 오라고 연락해. 오늘 잠 다 잤네. 으이그….’

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문득 어디선가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에 놀라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내 뒤에는 널부러져 있다고 생각되던 아내가 예전처럼 고운, 긴 머리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여보…..아까 저 당신 보았어요.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신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미안해요. 내가 죽어서라도 당신이 남들에게 쓰레기 취급 받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서…..’

‘어떻게 내가 보였지? 난 생령 이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텐데…..’

‘당신 뒷머리를 한번 만져 봐요.’

‘응?’

내 뒤통수를 절벽이라고 놀리던 아내와의 기억을 떠 올리며, 머리 뒤를 만져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혼줄이 없었다. 그제서야, 난 이미 죽어서 혼령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당신, 기억나요? 고아원에서 원장 수녀님이 그러셨잖아요? 천생연분인 사람들은 죽을 때 즈음에, 언뜻언뜻 배우자의 흔들리는 

영혼이 보인다구요. 저 당신이 나를 따라 원무과에 내려왔을 때도 보고 있었어요. 전 그때 알았어요. 이제 내가 당신을 따라 갈 때

가 되었다는 것을요. 여보, 미안해요. 난 당신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서….미안해요.’

난 그제서야, 아내가 부엌에서 물을 먹은 것이 아니라, 죽을 순간을 위해 모아둔 수면제를 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편네 하고는…..그럼, 그렇지…

‘여보!.....’

내가 그녀를 안을 수 있을는지, 영혼으로서 느낌이 있을지 없을는지, 그런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었다.그녀는 나에게 안겨 그 포근했던 생전의 느낌을 나에게 흠씬 전해주고 있었으니, 그것으로 다 된 거 아닌가!천장의 저 구석부터 환한 빛이 점점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하늘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여보,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바보 천치 지만, 당신만 믿고 살았어요. 고마워요…..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요….’

아내가 부르는 그 노래가 떨리고 있었다.

‘추억 속의 그대는 웃고 있지만, 이젠 그대 뒷모습도 말해줘. 지쳐만 간다고, 흐려져 간다고, 날 안아주던 다짐은 한숨 되어, 그대 발걸음은 나를 이끌어, 우리, 지금 이곳까지 온 것 같은데…그 자신 있었던, 내 믿음 이었던,그대의 눈빛을 기억해요.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

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추억 속에 그대, 올 걸 알아요. 이젠 그대 뒷모습을 믿어요. 그대는 여전히 날 반하게 하죠. 오늘도 그댈 사랑해.

그대만 날 안아줄 수 있나요?힘겨울 땐 내 품에 고개를 묻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이해할 수 있는 나, 이렇게 가까이 있는 내게….

아직도 날 꿈꾸게 하는 사람. 기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언제나 내겐 변치 않는 멋있는 사람. 영원히 날 지켜줄 사람.’

아내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그 빛이 우리 두 사람을 완전히 감싸 안을 때까지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건 정지된 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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